선상생활에 대한 표현을 하자면
무한 반복의 뫼비우스와
어디서 본 것 같은 상황의 데자뷔가 아닐까?
입출항이 있는 날을 제외하고
하루 오전 오후 4시간씩 8시간의 근무시간에
항해사는 그렇게 느낄 것이다.
수면 아래 기관실이 근무지인 기관사들은
아마도 더 잔인한 반복일 것이다.
그나마 항해를 하는 항해사로서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배를 탔을 때는
무척 지루하고 답답했지만
반백이 되어 나온 지금은 그저
평화롭고 무사하게 지나가는 시간이 좋다.
업무시간엔 푸른 바다와 간간히 보이는 배들만
그 시간안에 있다.
푸른 바다 위에 내가 타고 있는 배는
하나의 점에 불과하지 않다.
내가 지금 타고 있는 배는
141미터의 소형 컨테이너 선박이지만
육지의 사람들에게는 엄청 크게 느껴질 것이다.
이 배는 동남아시아를 다니는 작은 배이며
제일 큰 선박은 400미터에 달하는
월드와이드 운항하는 컨테이너 선박이다.
내가 탄 배의 두 배가 넘는 크기이지만
바다 위에서는 그저 점일뿐이다.
마치 작은 바둑돌 같이 보인다.
이런 단순함이 젊은 사람들이
배를 타기 싫어하는 이유 중에 하나일 것이다.
젊을 때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지금 보이는 것은 아니다.
나이가 들고 타니 같은 것을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니 마음이 편해졌다.
휴가를 가면 한달에서 두달 정도 쉬는데
잠깐 꿈을 꾸는 것같다.
그리고 어느새 시간이 흘러 승선하여
바다를 바라보면 휴가가 잠시 꿈을 꾼 것이고
바다에 계속 있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젊을 때 휴가를 가면
승선하는 날짜가 다가오면 그렇게 싫었고
수평선과 간간히 보이는 배와 섬들을
다시 볼 생각에 한숨지었다면
지금은 휴가 중에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들과
많은 차와 사람들을 구경하며
얼마전까지는 바다뿐이었는데 하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최대한 휴가 중에 바다에 없는 것을
눈에 담고 행복해한다.
육상생활이나 해상생활이나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이다.
'바다 위에서 본 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 2021.08.02 (0) | 2021.08.02 |
---|---|
바다 2021.07.27 (0) | 2021.07.27 |
바다 2021.07.24 (0) | 2021.07.24 |
바다 2021.07.23 (0) | 2021.07.24 |
바다 2021.07.20 (0) | 2021.07.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