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음악을 참 좋아한다. 아주 많이.
하지만 예전 어릴 때만큼 듣거나 좋아하지는 않는다.
나이가 들어 감성이 메마른 것도 있지만 와닿는 음악이 없는 것도 있다.
근래에 받은 신선한 충격은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 아이돌 가수의 라이브에서
가수는 가수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노래였지만 들을 때는 그렇게 와닿지 않았는데
어느 오디션 무대에서 관객들의 즉흥적인 요청으로 이뤄진 무반주 노래를 들었을 때였다.
태연의 '사계'
준비된 녹음실에서 준비된 상태로 하는 것도 아니고 즉흥적으로 받은 상태에서
앉아서 부른 노래에서 아 이래서 아무나 가수하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유튜브로 그 음악을 듣고 있지만 그때 무반주로 들었던 감동만큼은 아니다.
왜 사람들이 라이브 콘서트를 가는지 이해가 가는 대목이기도 했다.
요새는 기계로 조작도 많이 해서 실제 라이브에서 망신당하는 가수들이 참 많지만
오랜 세월 팬들에게 사랑 받은 가수는 단순하게 좋은 노래와 기계조작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 느껴졌다.
최소 4명 이상이 나와서 불과 4분 남짓의 노래를 나눠부르며
발음도 잘 안되는 외국인에 너무 많아서 이름도 모르는 그룹도 많은데
어느날 작은 무대에서 혼자 가창력을 보일 때 저 사람이 저렇게 노래를 잘했었나 싶을 때
참 반갑기도 하지만 노래방이 일상인 이 나라엔 노래 잘하는 사람이 넘쳐나
왠만큼 노래를 잘하지 않으면 노래를 잘하는 이쁜 연예인 정도로만 보이지만
태연이 무반주로 부른 노래는 참 신선했다.
목소리는 색깔이다. 그 중 특이한 아름다움을 가진 목소리만이 대중에게 사랑 받는 것이 아닐까 한다.
목소리는 색깔이면서 트렌드가 있다. 예전의 가수들 중에 노래를 잘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여전한 인기와 기대보다는 추억팔이라는 생각과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많다.
목소리는 소모된다고 한다. 같은 사람의 목소리도 세월이 지나면 변하고 예전 같지 않다.
가수를 업으로 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실명으로 이야기해서 좀 미안하기는 하지만
김경호나 조성모 같은 가수를 보면 요즘 보면 안스럽기까지 하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들이지만 가끔 나와서 노래를 부르면 너무 힘겨워보인다.
목소리는 원래 소모되는 것이라 그럴수도 있지만 관리를 안해서 아니면 너무 많이 써버려서 변해버린 목소리이기에 안쓰럽다.
김경호는 소속사에 너무 혹사당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너무 높은 고음의 노래를 감당 못하고
조성모도 혹사당했겠지만 관리를 안했다는 생각이 더 든다. 예전의 감성이나 스윗함은 사라지고 목으로만 부르는 콧소리만 들린다.
김경호는 정말 노래도 좋지만 가창력은 정말 록커로서는 원탑이 아닐까 한다.
가끔 예전 당시의 음악을 들으면 정말 소름이 돋을 정도지만
히든싱어에 나온 참가자와 겨뤄도 밀리는 듯한 현실은 좀 참혹했다.
그 중에 원탑은 정말 '원킬'이라는 사람이었는데 김경호와도 잘 아는 사이라고 하는데
정말 김경호의 예전 모습을 보는 듯했다. 물론 예전의 김경호의 야성은 아니지만.
(김경호 상처받지 마시길 ㅠㅠ. 세월은 어쩔수 없으니. 조성모도)
예전 휘트니 휴스턴도 죽기 직전에 마약과 술로 무너진 생전 막바지 공연은 참 슬펐지만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팬들 앞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공연 중 뒤돌아서던 모습은 마음 아프기만 하다.
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영원하지 않다는게 충격적이고 슬픈 현실이었다.
요즘 시대와는 그리 맞지는 않지만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이선희는 또다른 이야기가 된다.
평생 목소리를 지키기 위해 음식 같은 생활 습관과 말하는 것을 최소한으로 하는 등의 자기 관리를 한다는
그녀는 가끔 나와서 노래할 때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클래스를 보여준다.
목소리는 트랜드를 따르지 않지만 기교 없이 쥐어짜지 않는 여전한 가창력과 감성은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
지상파와 OTT 등으로 수많은 음악프로들에 예전 가수들이 비슷한 프로그램에서 추억팔이를 하고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레전드화해서 나오는 식상한 프로그램에 나와
클래스도 감성도 없는 노래들에 후배들의 영혼 없는 박수를 받고 예능에 나오는 모습은 너무 지친다.
근래에 본 예전 가수 중엔 최백호가 신곡을 발표한다고 뉴스룸에 나온 것을 본 적이 있다.
흥행에 성공한 예전 노래에 머물지 않고 새 곡을 들고 나왔는데
여전한 목소리와 그 나이에 맞는 감성의 노래를 가지고 나온 것이었다.
인기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사람의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 좋아보였다.
억지스럽지 않고 구차하지 않아 좋았다.
요새는 매체들이 다행해서 지상파이든 OTT 등에 나가지 않아도 유튜브 개인채널을 통해
각자의 개성을 뽑내는 다양한 경로가 있다.
케데헌 챌린지처럼 뽐내기 경연에서 많은 가수들이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지만 감동은 없다.
하지만 종종 그룹의 수많은 맴버중에서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 화제가 된 사람은 많지 않다.
지금은 아이돌이지만 그들 중에 얼마나 관리를 잘하고 지난 세월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는 감성을 담아 살아 남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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